중국 최대 쇼핑 축제 '솽스이(雙十一∙11월 11일)'가 올해도 어김없이 시작됐다. 솽스이 기간 대부분의 중국 소비자는 손가락만 몇 번 움직이고 기다리면 물품을 배송받을 수 있다. 하지만 택배원 펑하이빈(馮海斌)은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 축제 기간이 되면 아침 6시 반(현지시간) 전에 일어나 약 2주 동안 1천여 개 택배를 운송해야 한다.
그런데 새 멤버가 합류하면서 더 이상 펑하이빈 혼자서 그 많은 택배 물량을 다 감당할 필요가 없게 됐다. L4급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무인택배차 덕분이다. 600㎏까지 적재 가능한 자율주행 무인택배차는 시속 15㎞로 달리며 하루 최대 약 800개 택배를 운송할 수 있다.
중국우정그룹 산시(山西)성 양취안(陽泉)시 지점 소속 직원이 지난 2일 무인택배차에 화물을 상차하고 있다. (사진/신화통신)
산시(山西)성 양취안(陽泉)에서 거주하는 펑하이빈은 "이 친구가 새로 합류하면서 근무시간은 매일 1시간씩 줄어든 반면 택배 발송량은 30% 이상 늘었다"며 "택배 물량이 급증하는 솽스이나 춘절이 돼도 이젠 걱정 없다"고 말했다.
중국에는 거대한 택배 시장이 형성돼 있다. 지난해 전국 택배 처리량은 1천100억 건 이상으로 9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했다. 기술 혁신을 통해 사람 손에 의존하던 전통적 택배 운송 방식을 최적화시킴에 따라 배송 효율이 크게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라스트 마일 물류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.
양취안시는 전역에서 자율주행차를 운행할 수 있는 지급시다. 11월부터 무인택배차 12대가 하루 1만 건에 가까운 물량을 운송하느라 분주하다.
안정성도 확보됐다. 추이위(崔昱) 무인택배차 운영요원은 "2개의 라이더와 11개 카메라를 탑재해 120m 이내의 신호등, 차량, 보행자 등을 감지할 수 있다"며 "돌발 상황에서도 제어실의 안전요원이 5G 신호를 통해 차량을 실시간 원격으로 조종해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다"고 설명했다.
'신석기 무인차'라는 이름의 무인택배차를 연구개발한 스웨(史悅)는 양취안처럼 산지나 구릉지 지형이 많은 도시에서도 무인택배차가 정상적으로 운행될 수 있으니 중국 대부분 도시는 문제없을 것이라고 전했다.
지난해 8월 11일 베이징의 한 시험장에서 테스트 중인 무인차. (취재원 제공)
항저우(杭州)시 첸탕(錢塘)구 전역을 개방 시범지로 포함하는 '항저우시 스마트 커넥티드카(ICV) 테스트 및 응용 선행 시범구역'이 지난 7월 27일 공표됐다. 올해 말까지 무인택배차 사업 범위가 첸탕구 전역을 아우를 것으로 보인다.
베이징∙선전(深圳)∙허페이(合肥) 등 자율주행기술 개발에 적극 나선 중국 도시에서는 무인택배차 응용 시나리오가 점차 확장되고 있다. 이뿐 아니라 중국 무인차가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.
자오신쑤이(趙心隨) 신석기무인차회사 부사장은 "아시아∙유럽 등지 12개 국가로 수출되고 있다"며 "현지 지역사회∙병원 등 다양한 곳에서 응용되고 있다"고 소개했다.
징둥∙알리바바∙메이퇀(美團) 등 중국 전자상거래 선두기업 역시 무인배송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. 중진(中金)회사는 무인 라스트 마일 배송 시장 규모가 1천700억 위안(약 30조6천억원)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.
기술 업데이트, 5G 통신, 자동차 제조, 컴퓨터 산업 등 완비된 산업망 덕분에 중국 내 무인택배차 생산 비용도 계속 낮아지고 있다. 스웨는 무인택배차의 최고 시속이 5㎞에서 60㎞로 높아졌음에도 탑재된 라이더는 5개에서 2개로 줄어 전체 비용이 50% 이상 감소했다고 말했다.
이번 솽스이 기간 무인택배차 활용은 배송 보조 역할을 넘어서 인간-기계 협동 배송 모델을 도입하는 것으로 그 의미가 크다.
자오 부사장은 "인간-기계 협동 모델이 물류 업계 변화의 대세가 될 것"이라며 "기업의 비용 절감, 효율 증대를 이끌 것"이라고 강조했다.